월성 원전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구조물 훼손이 한국수력원자력 승인 하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월성1호기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 설치공사 공사일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문제의 파일(말뚝) 시공을 비롯한 전 공정을 한수원이 감독‧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 부실 시공은 최근 월성 원전 안전성 논란을 일으킨 단초로 꼽힌다. 2012년 한수원이 CFVS를 설치하며 시공한 파일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저장조(SFB) 아래의 차수막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SFB 차수막이 훼손되면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된 수조에서 새어나온 방사성 물질이 누설될 위험이 있다. 작년 말 월성 원전 부지 내에서 고농도 삼중수소와 인공핵종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져 원안위와 민간조사단이 SFB, 차수막을 비롯한 구조물 건선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차수막 손상은 사실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차수막 훼손 가능성을 확인한 작년 2월 설계‧시공사를 상대로 6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국제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문제는 차수막을 훼손한 파일이 한수원 감독‧승인 하에 시공됐다는 점이다. 공사일보를 보면 파일 시공은 7월 13~16일 설치절차서 작성, 7월 17~19일 장비 입고 및 설치 준비, 7월 20일~8월 10일 파일 입고 및 설치 순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차수막 훼손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모든 공정은 한수원 설비개선팀 감독‧승인 하에 이뤄졌다. “강관 파일 설치절차서 제출” “강관 Pile 설치” 등 각각의 작업이 일보에 기록됐고, 한수원 담당자는 이 같은 작업 내용과 작업 계획이 담긴 공사일보에 서명했다.
한수원이 구조물 훼손 위험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거나, 공사 감독을 부실하게 수행한 정황이다. CFVS는 후쿠시마 후속조치 일환으로, 당시 박근혜 정부가 수명연장을 추진했던 월성1호기에 가장 먼저 설치됐다. 이후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돼 다른 원전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조 의원은 “최근의 삼중수소 논란을 비롯한 월성 원전의 안전성 논란은 결국 한수원의 무능과 안일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