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에 담긴 아버지의 꿈,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다

부산시립박물관, 2022년 제2회 신수유물 소개전 개최

김미숙 기자

2022-06-14 07:42:18




수첩에 담긴 아버지의 꿈,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다



[충청뉴스큐] 부산시립박물관은 오늘부터 10월 16일까지 시립박물관 부산관 2층 미술실에서 신수유물 소개전 ‘수첩에 담긴 아버지의 꿈 : 이상민 기증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신수유물 소개전에는 2019년과 2021년 이상민 씨로부터 부산시립박물관이 기증받은 102점의 유물 중 역사적 가치가 높고 보존처리가 완료된 유물 4점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기증유물은 이상민 씨의 아버지 고 이승우 씨가 1950년대부터 50여 년 동안 부산, 대구, 일본 등지에서 수집한 소장품들이다.

고 이승우 씨는 수집한 유물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과 같이 나누기 위해 소장품을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박물관을 직접 운영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수집한 유물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본인의 수첩에 붙인 다음 명칭과 크기, 수집 일자 및 장소, 유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그 꿈을 키워나갔지만, 꿈을 이루기 전 세상을 떠났다.

아들인 이상민 씨는 아버지의 유물과 수첩을 이어받아 소중히 보관해오다 지난 2019년과 2021년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산시립박물관에 102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기증한 유물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며 한국 및 일본 회화, 도자기, 토기, 민속품 등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될 4점의 유물은 ‘세종의 왕자 의창군 태지석’, ‘분청사기 상감 연꽃잎무늬 뚜껑’, ‘호렵도’, ‘김규진 필 월매도’다.

특히 ‘세종의 왕자 의창군 태지석’과 ‘분청사기 상감 연꽃잎무늬 뚜껑’은 15세기 조선왕실의 태실과 관련한 유물로 2점 모두 경북 성주 선석산에 위치한 세종왕자의 태실에서만 확인되는 유물이라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의 왕자 의창군 태지석’은 세종의 10번째 아들인 의창군의 태를 묻은 기록을 돌에 새긴 태지석이다.

태지석의 명문에 따르면 의창군은 1428년 10월 27일에 태어났으며 태실은 1438년 3월 11일에 조성됐다.

이 기록은 성주 선석산 의창군 태실 앞에 세워진 비석의 명문과 일치한다.

의창군의 태실은 세종왕자의 태실 중 가장 먼저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세종의 둘째 아들인 진양대군에 이어 두 번째로 완성된 태실로 추정된다.

‘분청사기 상감 연꽃잎무늬 뚜껑’은 꼭지가 달린 반구형 뚜껑 모양의 분청사기다.

문양 구성을 4단으로 나누고 연꽃잎이 겹쳐진 문양을 상감기법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형태의 문양 기법과 구성은 경북 성주 선석산 세종의 왕자 태실에서만 확인돼 ‘세종왕자 안태용 분청사기’라고도 불린다.

주로 태항아리와 분청사기 대접 등과 같이 출토돼 태항아리를 덮는 뚜껑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진양대군의 태실에서 출토된 분청사기 뚜껑과 비교했을 때 뚜껑 문양 및 형태가 매우 유사해 비슷한 시기에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은 그림으로 18세기 후반 조선에서 유행했다.

그림에는 김홍도의 화풍이 드러나며 금가루를 이용하고 인물의 복장과 말 장신구 등을 세밀하게 표현해 전문화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김규진 필 월매도’는 영친왕에게 서화를 가르친 스승이자 서예와 묵란, 묵죽, 산수화, 채색화 등 다방면으로 활약한 근대 서화가인 해강 김규진의 작품이다.

하늘로 굽이치며 오르는 매화 고목의 가지 사이로 보름달이 걸려 있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그렸을 김규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 관장은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소중하게 보관해오던 고 이승우 씨의 유물을 우리 박물관에 기증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기증자의 마음을 담아 하루라도 빨리 관람객들에게 유물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보존처리와 연구가 완료된 기증유물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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