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근로제공제회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받아 실시하는 ‘건설근로자 기능향상 및 취업지원 사업’이 정작 인력이 부족한 직종 대신 인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업종 위주로 위탁사업을 관리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건설근로제공제회(이하 공제회)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이 사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총 42개 위탁기관, 81개 과정, 111개 과목에 6,763명이 훈련에 참여했으며, 훈련인원이 많은 과목은 타일 2,845명, 방수 1,501명, 도장 1,395명, 목공 1,307명 등의 순서였다.
하지만 2022년 공제회가 내놓은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및 훈련수요 조사 보고서」를 보면, 15만 2천5백명 정도의 내국인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강구조 15,846명 건축배관 15,746명 형틀목공 12,139명, 철근 5,549명 등 주로 골조작업의 인력이 부족했다. 반면 공제회가 주로 교육훈련을 실시한 타일은 2,265명, 방수는 2,055명, 목공은 1,964명이 부족해, 인력수급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현장에 필요한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훈련과 현장 인력 수요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흔히 강구조, 형틀목공, 철근 등 골조작업은 업무가 힘들고 작업 위험도가 높아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골조작업 훈련에는 연습용 거푸집 설치 등 비용이 많이 들어, 훈련사업을 위탁받은 학원 등 각종 훈련기관들은 타일, 방수, 도장 등 비용이 적게 드는 마감 작업 위주로 교육과정을 개설해 왔다.
실제 16개 기관 20개 과정에서는 취업률이 10%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과목의 수료율은 평균 90.4%였다. 심지어 8개 과정의 경우 취업률이 0%였다. 최근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저성과 위탁기관임이 분명한데, 해당 과정의 과목들은 타일과 도장 등 마감 작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수탁기관은 정부 지원비를 챙기고, 수강생은 실제 취업의사가 있기보다는 훈련참가비만 받는 형태로 사업 운영이 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수탁기관이 제시한 성과지표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이 드는 기관도 있었다. 한 수탁기관의 경우 도장, 목공, 방수 등의 교육훈련을 제공했는데, 각 과정마다 훈련생의 연령 평균은 65세가 넘었고, 일부 과목은 69.8세 즉 70세인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기관의 취업률은 높다고 공제회에 보고되었다. 물론 해당 기관이 고령자의 훈련에 이어 건설업 취업알선까지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1~8월까지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공제부금 납부자의 평균 연령이 50.2세이고 목공이 55.8세, 도장이 50.7세인 점을 고려하면 70세 전후로 고령인 이 기관 수료생들이 과연 건설업 현장에 공제회에 보고한 대로 취업하고 고용상태가 계속됐는지는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건설근로자 기능향상 및 취업지원 사업은 현재 전액 삭감된 상태이다. 고용노동부는 대체사업은 없고 대신 내일배움카드 사업으로 건설업 기능훈련은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훈련비용 문제로 형틀목수, 배관, 철근 등에 인력 수요가 많은 직종에 대한 훈련을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일배움카드 위탁기관들이 비용을 들여 이들 과정을 신설해 훈련을 진행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 의원은 “1차적으로 예산 삭감을 절대적인 목표로 삼고 위탁사업은 일단 없애고 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예선 편성 방침이 문제”지만 “이 사업 성과지표가 낮은 이유는 인력 수요가 높은 직종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관리해 오지 않은 공제회의 책임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건설업 노동자 인력 양성과 숙련 향상은 업계의 어려움 해소는 물론 노동자의 생계,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인만큼, 사업의 전면적 개선을 전제로 해당 사업을 앞으로 예산심의에서 복원시키는 한편, 23일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