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방가옥 "올해도 수선화는 피겠지만…차는 어디에 세울 건가"

농지·문화재 규제에 갇힌 유기방가옥 축제, ‘임시’로는 더 버틸 수 없다

서서희 기자

2026-01-15 18:02:50

봄이 오면 어김없이 수선화가 핀다. 그러나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의 질문은 해마다 같다. “주차장은 어디인가", “화장실은 안전한가”

 

충남 서산시 여미리 일대에서 열리는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는 이제 연간 수만 명, 많게는 1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 봄철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충남 서산시 여미리 일대에서 열리는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는 이제 연간 수만 명, 많게는 1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 봄철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축제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주차·화장실·보행 안전 등 기본 인프라는 여전히 ‘임시’와 ‘눈치’에 의존하고 있다.
유기방가옥 일대 토지는 대부분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이다. 이 때문에 현재 주차장은 마을공동회 명의의 비포장 임시 공간에 기대 운영된다.
이 구조는 매년 같은 문제를 반복 생산한다.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 기준의 불명확성 △마을 명의가 아니면 어렵다는 허가 구조를 악용한 비자발적 ‘발전기금’ 요구 논란
무단주차·토지 훼손·우천 시 침하와 침수 △교통 혼잡, 보행자 안전사고 위험 상존 △관광객이 몰릴수록 위험과 책임은 민간과 마을에만 쌓이는 구조다.
유기방가옥은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된 전통가옥이다. 인근에는 선정묘, 석불입상, 고목 등 문화재가 밀집해 있어 문화재보호법상 보호구역·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
축제 기간 설치되는 이동식 화장실, 안내부스, 안전펜스조차 ‘현상변경’ 논란의 회색지대에 놓인다. 명확한 허가 체계가 없으니, 민간은 “문제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유산청 지침에는 이미 답이 있다. 이동식·한시적·원상복구를 전제로 한 가설 시설은 ‘경미한 현상변경’으로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제도가 없는 게 아니라, 지자체가 이를 현장에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슷한 규제를 안고도 해법을 찾은 사례는 적지 않다. △서천 신성리 갈대숲 △순천만 국가정원 △파주 장단콩축제 등 이들 지역은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 공영·임시 주차장 설치,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임 분담을 통해 관광자원을 제도권 안에 안착시켰다.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의 문제는 민원이 아니라 행정 설계의 부재다.
축제 운영 주체인 농업법인은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지만, 주차장 하나 합법적으로 설치하지 못해 안전·환경 리스크를 모두 떠안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는 특정 주최 측의 어려움이 아니다.
농업진흥구역·문화재 보호구역·농촌 도로 여건은 전국 다수 농촌 축제가 공유하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주차·화장실·보행 안전시설을 합법적으로 설치할 제도 패키지는 여전히 부실하다.
사고가 나면 “왜 대비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대비할 권한도, 책임도 민간에만 떠넘겨져 있다.
최근 농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농업진흥지역 내 농촌관광·편의시설에 대한 해석 여지가 확대됐고, 국가유산청 역시 문화유산 활용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농업법인 명의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의 제도화, ‘경미한 현상변경’ 표준 허가 가이드 정비, 지자체 조례에 따른 행정·재정 지원 및 안전관리 책임 분담 등 유기방가옥 주차장 문제가 풀린다면, 이는 전국 문화재 활용 축제의 선례가 된다.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는 서산 마애삼존불상, 해미읍성, 개심사와 연계해 충남 서해안 관광벨트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거창한 홍보가 아니다. 차를 세울 수 있고, 화장실을 쓸 수 있고, 아이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축제다.
수선화는 해마다 핀다. 하지만 축제가 지속되려면, 이제 ‘임시’가 아니라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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