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큐]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권명화 명인의 무대가 오는 26일 토요일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권명화의 명무전’이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잊혀져가는 지역의 전통예술의 보존·계승을 오래도록 이어나가고 현 세대들에게 전통예술의 가치를 알리고자 기획됐다.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전통 춤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온 권명화 명인이 ‘대를 잇는 춤의 맥’이라는 주제로 70년 춤 인생을 뒤돌아보고, 그의 춤을 이어가고 있는 제자들과 자신의 딸 그리고 손녀와 함께 하는 특별한 무대를 대구문화예술회관이 특별 기획공연으로 마련한다.
권명화 명인의 춤 인생은 이미 정해진 운명과 같다. 이는 1934년 경북 김천의 세습 무가에서 태어나 굿판을 따라다니며 자랐기 때문이고, 6.25사변 때는 피난 중 자리 잡은 대구 남산동 집이 마침 노래와 춤을 가르치는 대동권번 옆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어린 권명화는 담 넘어 본 권번의 풍경에 완전히 사로잡혔고, 아버지 반대를 무릎 쓰고 대동권번에서 풍류의 대가 박지홍을 수양아버지 삼아 혹독한 교육을 받고 ‘예기’의 길에 들어선 것은 운명이었다.
스승 박지홍으로 부터 살풀이춤, 승무, 입춤, 검무 등을 배운 그녀는 금세 남다른 춤꾼으로 명성을 얻었고, 그것으로 일가를 이루게 된다. 이후, 대구를 중심으로 서울, 일본 등지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과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제자를 육성하던 차, 1995년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지정받기에 이른다. 대동권번의 마지막 세대로서 자신이 교육받던 권번의 모습과 훈련방식 그대로 매주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늘도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10대에 한국 전통 춤에 입문한 권명화 명인은 어느 덧 구순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매일 아침 화장을 할 때면 ‘이 몸이 언제까지 버텨 줄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우리 전통 춤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춤에 대한 열정은 20대의 것 그대로다.
이번 공연은 그녀의 70년 춤 인생을 이어받고 있는 전국의 제자들이 총 출동한다.
그 첫 무대는 대동권번에서 이어온 권명화류의 ‘입춤’으로 무대 막을 올린다. 입춤은 한국 춤의 기본과 참 모습이 그대로 배어 있으며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기본기를 다지는 중요한 춤이다. 이어 인간사에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담긴 일상생활의 감정을 표현하고 영원의 한을 춤으로 풀어내는 그녀만의 독특한 살풀이를 통해 다른 지역의 살풀이와는 또 다른 경지를 보여준다.
이 무대는 권명화 명인과 그녀의 딸인 조은희 전수교육조교가 함께 자리함으로써 ‘대를 잇는 춤의 맥’이라는 본 공연의 의미를 살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는, 스승 박지홍에게 사사받은 ‘검무’를 중심으로 권명화가 새롭게 해석하여 무대에 올린다. 네 번째는 어머니이자 스승의 춤을 가장 잘 이은 것으로 평가받는 조은희의 ‘승무’가 독무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춤 가운데 하나인 승무는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예인들에 의해 만들어져 온 춤의 본질이자 핵심인 춤으로, 한복 위에 장삼을 걸쳐 입고 가사를 두르고 고깔을 쓰고 추는 춤이다.
춤사위의 절정이 오르는 후반부에는 권명화 명인을 대표하는 춤 중 하나인 ‘고풀이춤’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살풀이춤의 가장 큰 특징인 고를 매었다가 풀어주는 고풀이만을 안무로 재구성한 춤이다. 살풀이춤에서 사용되는 수건의 길이보다 더 긴 수건을 사용하며, 장단의 변화로 다양한 동작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무대는 권명화 명인과 제자들이 함께하는 ‘소고춤’을 선보인다. 농악으로부터 유래된 민속무용으로 옛날 농촌마을의 생활동작을 춤으로 형상화한 춤으로, 작은 동작 하나하나의 열정과 흥이 넘치는 춤사위를 만나 볼 수 있다.
권명화 명인은 항상 “춤 맛은 소리의 경지와 맞닿아 있다”라며 음악 반주와 구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날 악사는 물론, 무대를 위해 사회, 연출 등 오랜 시간 함께한 인연들이 아낌없는 지원 사격으로 나셨다.
특히 흥을 맞춰주는 구음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인 정순임 명창이 권명화의 명무와 함께 한다. 정순임 명창은 장석중, 장판개, 장월중선, 정경호, 정경옥 등 132년의 4대에 걸쳐 국악 후진양성을 위해 노력해온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국악명가’를 이끌고 있다.
제자들의 무대 구음은 권명화 명인이 직접 맡는다. 장구에 이경섭, 아쟁은 윤서경, 대금에 이영섭, 피리,대평소는 이호진, 타악에 공성재 등이 춤꾼들의 몸짓에 흥을 더해준다. 또한 오랜 제자 장유경 계명대 교수가 공연의 총 연출을 맡으며 그녀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최현묵 관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지역의 전통예술을 보전하고, 그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이후에도 전통 춤 뿐 아니라 전통음악, 전통놀이 등 우리 지역 예술의 정통성 보존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그 맥을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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